[필리핀어학연수] 호스피시오를 다녀와서 - c21 Tiffany
11월 26일 이른 아침, 우리는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과자들을 잔뜩 가지고 차에 몸을 실었다. 한시간쯤 달렸을까, 우리는 호스피시오 시설에 도착했다. 성당과 학교건물들도 같이 모여있어서 생각보다 훨씬 큰 규모를 가지고 있었다. 몇분이 지나서 우리는 주의사항과 할일에 대해 간단히 듣고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나는 봉사활동을 위해 편한 옷차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반바지를 입고왔는데, 이곳에서 짧은 반바지는 규정에 어긋나는 차림이어서 그쪽에서 준 예쁜 롱스커트로 갈아입고 활동을 하게 되었다^^ 잊지못할 디자인......앞으로 봉사활동을 갈 친구들은 옷차림에 주의해 주길 바란다고 그쪽 시설에서 말씀해주셨다!
나는 아이들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어린 아이들을 만나길 기대했는데, 아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랑 비슷한 나이 또래의 분도 계셨다. 물론 대화를 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눈빛으로, 몸으로 의사소통은 가능했다. 우리는 간식을 챙겨서 먹이고, 산책시키고, 식사를 돕는 일을 맡았다.
사실 나도 그랬고 처음엔 같이간 학생 모두가 당황한 것 같았다. 그냥 우리 앞에 있던 그 친구들 앞에 멈춰서 멀뚱히 서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우리는 어떻게 이들과 의사소통해야하는지도, 어떻게 돌봐야하는지도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책을 하고 간식을 한수저씩 떠서 먹이는 순간순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어떻게 그들을 대해야할지 배워나가게 되었다.
손을 잡고 흔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정말 즐거워해주었던 친구도, 엄지를 치켜세우는 따봉 한번만으로도 행복한 미소를 보여주었던 친구도 기억에 남는다. 내 아무것도 아닌 작은 도움에도 사람들을 이렇게 행복하게, 그리고 더 편하게 해줄수있다는게 너무나 보람되고 기뻤다.
제일 기억에 남는건 마지막까지 우리 차에서 내리려고하지 않았던 꼬마 제이슨이다. 얼마나 그 아이가 외로워하는지 느낄 수 있어서 더 안타까웠다. 결국 떼놓고 와야 해서 그 순간엔 너무 마음이 아팠다. 계속 업어달라고 누워서 우는 시늉을하고(결국 업어주고 오는길에 피곤에 시달려야했지만...), 계속 놀아달라고 그래서 그 치렁한 긴 치마를 입고 계속 뛰어다니고...그 아이가 그 시간을 얼마나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짧은 시간이나마 그 아이를 외롭지 않게 할 수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믿고 싶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살 수있는 사람도 없다. 우리는 그 친구들보다 조금 더 운이 좋았고, 조금 더 나은 조건으로, 더 건강한 몸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 차이점의 전부이다. 우리 또한 우리도 알지 못하는 새에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살고 있고, 그것이 우리가 이들을 도와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작은 도움으로 그들의 삶은 몇시간이나마나 조금 더 편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었다. 이런 작은 도움이 더욱 더 많이 모인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당장 눈앞의 영어공부도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가치에 대해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영어공부를 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그 이유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니까. 일주일에 5일을 영어공부에 종일 매달렸으면, 자신을 위해 사용한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한달에 한번이지만 이 짧은 시간을 한번쯤은 남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