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를 계획하던 중, 친구로부터 우연히 필리핀을 소개받았다. 그렇게 아무생각없이 도착한 나에게 필리핀은 전혀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다. 감기에 걸린채 도착한 첫날, 내눈에 비친 필리핀은 말그대로 최악이었다. 공항을 빠져 나오자마자 푸~욱찌는 무더위와 필리핀고유의 냄새들, 곧바로 픽업차로 올라타 그렇게 기숙사에 도착하고 이틀동안을 침대에서만 지내면서 나의 필리핀생활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4개월이 지잔 지금 나는 그 누구보다도 열열한 필리핀의 신봉자가 되어서,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필리핀을 추천하는 내가 되어버렸다. 필리핀의 최대장점은 역시 일대일 수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역시도 처음에는 만만치 않았다. 꽉막힌 좁은 공간에서 2시간 동안 튜터와 둘이서 앉아 아무말도 못한채 삐질삐질 땀만 빼고 있다는 거 자체가 고문이었다. 하지만 필리핀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런 수업을 해볼 수 있을까? 그렇게 일대일 수업을 마치고 나면 1:4수업과 1:8수업이 나를 기다린다. 하루 6시간 알지도 못하는 영어를 사용해야 된다는 것은 내 머리를 띵하게 만들 뿐이다. 한국에서도 영어학원을 다녀봤지만 그 한시간동안 몇마디나 해보았을까? 지난 4개월동안 나는 내 일생에서 사용한 영어의 양보다도 더 많은 영어를 사용한 듯하다. 1:1이나 1:4수업은 필리핀인이 맞고 있는데, 처음에 고문으로 느껴지던 것들도 필리핀 튜터들의 친절함을 느끼고 친해지면서 점점 사라진다. 1:8수업은 미국인이 진행하고, 이들은 약간 개인주의적이랄까, 서구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지만 친해지는데 그리 어렵다고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어떤 외국인 앞에 서서도 떨지도 않고 당당하게 맞설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내가 필리핀의 신봉자가 된 첫번째 이유이다.
필리핀 생활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무궁무진한 여행과 문화체험이다. 짧은 기간 머물렀지만 필리핀의 여러 유명 관광지를 가봤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이브포인트에서 다이빙도 해보았다. 수영이나 각종 수상레포츠는 물론 내게는 전혀 맞지 않을 것만 같았던 골프도 맘껏 쳐보고, 한국의 1/3 가격으로 랍스터를 맛볼 수 있는 곳도 많다. 오히려 내 마음을 살찌울 수 있는 것들(유혹?)이 너무 많아서, 타락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하면서 지내야 했던 시간인 것 같다. 물론,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필리핀 신봉자가 된 나의 이런 글들이 약간은 과장스럽게 느낄수도 있다. 하지만 편견을 버리고 내가 먼저 필리핀에 마음을 연다면, 무수히 많은 것을 느끼고 얻어 갈 수 있는 나라라고 확신한다. 저렴한 비용으로 최대의 것을 얻을 수 있는 이곳에서 2~4개월을 투자하면서 나를 찾아보고,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되도록 많은 사람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최병진(25세,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