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기오 헬프어학원(help어학원) 필리핀어학연수 eric 후기
Let’s hit the books!
2012년 4월 3일, 난 호주, 시드니에 있는 Kingsford International Airport에 도착했다. 관광객? 어학연수생? 아니다, 난 단지 워홀러였다. 대부분의 워홀러들이 그렇듯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계획한 워킹홀리데이였지만, 막상 호주의 수도 아닌 수도 시드니에 도착을 하고 나니 그나마 반이었던 설렘이 몽땅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난 호주에서 다른 워홀러들과 달리 너무 많은 경험을 했다. 악덕 사장과 싸워보기도 했고,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가기 힘든 아주 큰 농장에서 일을 해보기도 했고, 여기저기 여행도 많이 다녀봤고, 교통사고도 나봤다. (이건 자랑이 아닌가……?) 아무튼 다사다난했던 호주생활이었지만 한가지, 내가 못했던 것이 있다. 벌써 눈치를 챘겠지만 그건 바로 ‘영어’다. 그리고 이게 바로 내가 지금 이곳, 필리핀의 북부에 있는 작은 도시에서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 이유이다. 솔직히 나도 전부터 영어공부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호주에서 잠깐이지만 개인과외를 받았었고, 학원도 등록을 했었다. 하지만 과외를 들어도 영어에 대한 개념이 잡히지 않았고, 한국에서 잠깐 들었었던 토익수업과 너무 혼동이 됐던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결국, 큰맘 먹고 호주에서 번 돈을 모두 쏟아 부어서(사실은 반……^^) 이곳으로 오기로 결정을 내렸다. 다행히 이미 이곳, 필리핀을 다녀간 친구들이 몇 있어서 많은 조언을 받아 유학원을 결정할 수 있었고, 많지는 않지만 몇 번의 여행경험이 이곳으로 올 때까지의 과정을 아주 수월하게 만들어 주었다.
내가 이곳에 오기로 결정을 한 후로 몇 몇이 ‘’왜 하필이면 필리핀이냐” 라는 질문을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필리핀을 포함한 동남아의 몇몇 국가들은 유흥관광이나 매춘관광으로 유명해서, 그곳에 다녀 온 남자는 결혼정보회사의 등급이 깎인다는 소리도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여기로 결정을 한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바로 싸고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고, 더군다나 내가 지금 있는 이 도시, 아니 이 학원, ‘헬프어학원 롱롱캠퍼스’는 아주 위치적으로나 시스템적으로 훌륭해서 정말 공부하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학원의 주위로 보이는 건 산과 작고 초라한 집 몇 채뿐이니 말이다.
바기오 헬프어학원에 대해서 말할 것 같으면 그나마 필리핀에서 전통? 스파르타시스템이 잔존하고 있는 학원이면서 필리핀에 3 곳의 캠퍼스를 보유하고 있는 메이저 급의 필리핀어학원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은 난 헬프 클락캠퍼스를 가고 싶었다. 그곳에는 여기에 없는 수영장과 내가 사랑하는 족구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족구장이 있기 때문이다. 근데 왜 이곳에 왔는지 궁금하다고? 그건 주위에서 별의 별 욕을 다 들었는데 어떻게 그곳을 갈수 있었겠냐고 말하면 답이 되려나? 이렇게 정말 슬픈 결정 아닌 결정을 내리고 내가 사는 곳인 제주도를 떠나 필리핀까지 또 다른 긴 여정을 했다. 바로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곳 헬프어학원 롱롱캠퍼스는 영어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시스템을 아주 잘 갖춘 곳으로서 인터넷에서도 명성이 자자했다. 솔직히 시설은 산속에 있어서 그런지 좋지는 못하지만, 영어공부를 하는데 있어서 불편함을 야기할 정도는 아니다. 각 층마다 몇 개씩 있는 정수기와 하루 삼시세끼 꼬박꼬박 맛있게 잘 나오는 식사는 건강을 충분히 챙길 수 있을 정도이다. 매점 또한 이곳의 자랑거리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곳에선 온갖 한국의 퓨전요리를 팔아댄다. 짜파구리를 판다고 하면 이해가 빠르려나? 다만 약간 비싼 감이 없지 않아 있는 것이 흠이다.
난 지금 이 곳 생활에 만족을 하고 있다. 몇몇 친구들 (who 이곳을 다녀간 녀석들) 이 말했던 문제는 이 학원엔 없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발음이 아주 구린 선생님들과, 평일에 술을 거하게 잡수신 또 다른 내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곳, 헬프어학원의 선생님들은 대부분 발음이 좋다. 실력 또한 우수하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고? 그냥 나 혼자만의 기준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영어공부를 집중적으로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아주 중요한 시스템 한가지, 바로 외출금지. 싸돌아 다니기 좋아하고 술을 좋아하는 나에겐 참 슬프다면 슬픈 시스템이지만 영어공부를 하러 여기까지 온 열정을 가진 또 다른 나를 위해선 아주 훌륭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46일, 내가 이곳에 발을 들이고 나서부터 흘러간 내 인생의 소중한 날들이다. 하지만 아깝지 않다. 짧은 기간이지만 이곳에서 조금이나마 기본영어실력을 쌓을 수 있었고, 한창 영어공부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일 좋은 건 한국어가 아닌 다른 나라의 언어로 다른 나라의 사람과 대화하는 재미를 알아버렸다는 것이다. 내가 왜 호주를 가기 전에 이곳을 거쳐가지 않았을까…… 라는 후회를 매일 하는 중이다. 하지만 힘든 것도 사실이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일 보는 단어와 패턴테스트, 금요일에 보는 Weekly Test, 그리고 TESOL과정까지. 힘들긴 하지만 힘에 겨워 못할 정도는 아니니 해 볼만 하지 않은가? 여기 온 몇몇 학생들은 힘들어서 클락캠퍼스로 가기도 하고 결석을 밥 드시듯이 하기도 한다. 과연 자신들이 힘들게 번 돈으로 왔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아직도 내 주위에선 영어공부를 어떻게 할 지 몰라 헤 메는 친구들이 있고, 그게 한국 영어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이 낳은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난 이곳에 오고 나서부터 친구들의 질문에 똑같이 대답한다. ‘영어공부를 어떻게 하는 지 배우고 싶으면 이곳으로 와라’ 간단하지 않은가? 한국에서 골머리 썩히지 않고 이곳으로 와서 잠시 동안 가축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3개월 혹은 4개월 영어공부만 하다가 가는 것이다. 한국에서 받는 취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잠시 동안 집안에 있는 낡은 책상서랍 속에 집어놓고 말이다.
난 27살이나 먹은 지금이 너무 늦은 것 같아 서둘러 왔지만, 이곳에는 나보다 나이가 더 드신 분들이 계시고, 그분들 역시 아주 열정적으로 공부를 하신다. 이 말의 요지는 아직 내 나이, 27살이라는 나이에 시작하는 영어공부가 늦은 게 아니라는 것이고, 영어공부를 시작하는데 망설임과 걱정을 갖지 말라는 것이다. 만약 영어공부를 하고 싶고, 배우고 싶고,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면 망설이지 말고, 당장 하는 것이 내 인생에서 영어라는 부분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살아가는 지름길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