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어학연수 MTM UV어학원 세부어학연수 후기

by 관리자 posted Apr 2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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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M UV어학원 세부어학연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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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GLP를 신청하고 필리핀에 온 지 15주가 흘렀다. 처음 합격소식을 듣고 여행용 가방에 내 짐을 싸던 때가 불과 한 달 전인 듯 한 느낌이다. 한국에서 출발에서 비행기에 오르고, 필리핀에 온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첫날, 비행기에서 내려 기숙사에 도착했을 때, 길가의 칡흙같은 어둠에 잠깐 겁이 났었다. 하지만 그 날 이후 기숙사는 내 집이었다. 학교 주변은 내가 눈감고도 다닐 수 있는 내 동네 같다. 필리핀에 오기 전에 한국에 있을 때는 여러 걱정을 했었다.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과연 내가 많은 것들을 배우고 올 수 있을까’,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면 어떡하지’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던 것 같다. 이곳에서 난 너무 잘 지냈고,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나는 한 번도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서 살아본 적이 없다. 부모님과 나 이렇게 살았고, 부모님은 직장을 다니셔야 했기 때문에 집에는 거의 혼자 있었고, 그만큼 살면서 형제나 다른 사람들과 겪는 갈등이나 차이를 느낄 기회가 없었다. 사실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어울려 노는 거랑 매일 붙어있고, 같이 살면서 생활을 같이 하는 기숙사 룸메이트들과 같이 사는 건 다르니까. 서로 다른 생활방식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한 공간 안에서 어울려 지낼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원래는 기숙사에 도착하자마자 1인실이나 2인실로 방을 바꾸려고 했었던 게 기억난다. 하지만 지금 나는 내 두 룸메이트들과 알콩달콩 잘 지내고 있다. 내 룸메이트는 레귤러 동생이랑 충북대학교에 다니는 학생인 언니, 두 명이다. 매일매일 하루 일과를 얘기하고, 힘들 때 서로 상담하고 위로도 해주고,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저녁에 잠들기 전까지 같이 지내며, 어느 새 내 생활의 일부가 되 버렸다. 아마 한국에 돌아가면 룸메이트들이 많이 그리울 것 같다. 그리고 불과 3명이지만, 이런 공동생활을 한 경험이 훗날 나한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남들과 어떻게 타협하고 어울려서 살아가는 지 배울 수 있었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나 생각을 알고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은 기준과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걸 몸소 깨달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기숙사도 생활하기 좋았다. 건물도 깨끗하고 방도 좁지 않아서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었다. 가장 좋은 건, 방청소와 빨래를 정기적으로 해주고 밥도 꼬박꼬박 나오는 점이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그 덕분에 생활 자체에 일정한 패턴이 생기면서 건강이 더 좋아지고, 생활이 더 의미있어 진 것 같다. 그리고 걸어서 한 15분만 가면 대형마트가 두 개 있어서, 생필품을 사거나 하는 데에도 불편함이 없다. 그리고 세부 자체에서 알아주는 쇼핑몰인 Ayala Mall과 SM Mall 도 택시타고 가면 많이 멀지 않기 때문에, 쇼핑도 할 수 있고, 그곳의 음식점들에서 맛있는 음식도 먹을 수 있다.

 

  다음으로 학교생활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우리학교 학생들은 하루에 총 6시간의 수업을 듣는다. 그룹수업 3시간과 맨투맨수업 3시간. 처음에 왔을 때 배치고사 형식으로 토익 LC, RC 시험과 speaking, writing 시험을 본 후에, 다음 날 개인적으로 시간표가 주어지는 데, 각자의 실력과 수준에 맞춰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문법, presentation, writing, listening, toeic 등 여러 그룹 수업이 있는 데, 학생들마다 자기가 듣고 싶은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되어있고, 수업 시간마다 제한 레벨이 있어서 수준에 맞게 수업을 선택할 수 있다. 처음 시간표가 나왔을 때, 내 수업은 Business English, Language Guide(문법), Street Talk(생활영어) 였다.

 

UV엔 2명의 원어민 선생님이 있는데, 그 중 한 선생님이 가르치는 과목이 Business English다. 수업 내용이 생활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영어나 영어 직업 인터뷰, 회의 등으로 글로벌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유익한 수업인 것 같다. 나중에는 수업을 바꿔서 Presentation과 Writing 수업을 듣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그룹수업 중에 내 영어 실력 향상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 수업이 이 두 수업인 것 같다. Presentation은 speaking 수업으로 주제에 대한 자기 의견이나 생각을 선생님과 같이 수업 듣는 사람들 앞에 나가서 영어로 말하는 수업이다. 처음에는 내 성격이 사람들 앞에서 부끄럼을 많이 타는 편이고, 영어도 잘 하는 편이 아니라서 걱정을 하며 수업을 들어간 기억에 난다. 하지만 이후에 곧 적응을 했고, 매일매일 영어로 말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주제를 정해 실제 나만의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데, 그런 것들이 speaking을 하는 데에 있어서 자신감을 높여줬다. 또, 이 수업도 원어민 선생님이 맡고 있는 데, Business English 선생님은 미국인이고 Presentation 수업은 영국인 선생님이 진행하기 때문에 가끔 들리는 영어단어의 발음 차이나 두 나라의 문화 이야기 등을 듣는 것도 도움이 된다.

 

UV엔 거의 70명 가까이의 일대일 선생님이 있다. 맨투맨 수업에서 학생들은 담당 선생님과 상의해서 자기에   게 필요한 부분의 영어공부를 할 수 있다. 어떤 책을 공부할지, 무슨 내용을 공부할지 결정하는 게 선생님들 기준에 따라서가 아니라, 학생들이 그걸 정하기 때문에   더 효율적이다. 내가 모르는 거나 궁금한 걸 그때그때  물어볼 수 있고, 내가 수업의 중심이기 때문에 내가 필요한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좋다. 그룹수업과 마찬가지로 맨투맨 수업도 선생님이나 시간을 바꿀 수 있는데, 선생님들이 다들 좋고 실력이 있으시기 때문에 대부분 맨투맨 수업은 많이 바꾸지 않는 것 같다. 맨투맨 수업은 선생님 방에서 둘만 공부하니까 선생님들과 사이도 가까워지고 정도 들게 된다. 대화가 영어로 이뤄지기 때문에 선생님들과 친해지니까 쉬는 시간에도 영어로 얘기하고, 어울리는 점이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쓰는 거에 좋은 것 같다.

 

 한국에서 나는 여행을 즐기는 성격이 아니었다. 한국엔 학생인 신분으로 개인적으로 여행할 곳이 많지 않기도 하고, 돈도 많이 들기 때문에 1년에 1번조차도 여행을 가지 않는 편이었는데, 필리핀에서는 몇 번 빼고는 거의 매주 주말에 여행을 가고, 놀았던 것 같다. 평일에는 통금도 있고, 공부를 해야 되기 때문에 대부분 주말에 여행을 다닌다. 필리핀은 바다가 정말 예쁘다. 색도 에메랄드 빛깔이고, 주변 경관도 많이 훼손하지 않아서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다. 다녔던 여행 중에 가장 기억나는 여행이 보홀여행 이었는데, 그 곳에서는 tarsier라는 크기가 주먹만 한 작은 원숭이를 봤는데, 정말 귀여웠다. 다른 좋은 점은 필리핀은 공기가 좋은 편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밤에 별이 정말 잘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보홀 같은 섬에서는 밤에 하늘을 보면, 내가 마치 은하수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다. 수 백 개의 크고 작은 별들이 하늘에서 반짝이고 있다.

 

  마지막은 스쿠버다이빙. 필리핀에 오기 전에 이곳에서는 스쿠버다이빙을 즐기고, 자격증을   따는 게 우리나라보다 훨씬 싸다고 들었었다. 실제로도, 초급자 자격증을 따는데 20만원도 들지 않는다, 스쿠버 다이빙을 하면 바닷 속을 내 세상처럼 누비고 즐길 수 있다. 또, 그 속에는 우리가 한 번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고기들이 있다. 바다 안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고 있으면 새로운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고, 자연을 느끼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중급자 자격증을 따고나서, Moal Boal이라는 세부에서 가까운 여행지에 가서는 LED TV만한 바다 거북이를 봤다.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일주일도 안 남았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고, 좀 더 있고 싶다. 처음 GLP를 신청할 때, 과연 옳은 선택일지 걱정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여기에 오지 않았으면 더 큰 후회를 했을 것 같다. 영어 실력도 늘고, 사람들도 만나고, 여행도 다니고, 한국에서 즐기지 못하는 또 다른 세계의 인생을 즐긴 것 같다.